수학에 흥미가 있으신 분은 제목에 있는 식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흔히 오일러 공식 Euler's formula이라고 하지만, 정확히는 그중에서도 각이 $\pi$인 특수한 경우죠. 정확한 공식은\[e^{i\th}=\cos\th+i\sin\th\]예요. 이 공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테일러 정리 Taylor's theorem 등의 대학교 과정의 지식이 필요하죠. 적어도 미분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에요.
하지만 $e$나 $\pi$라는 무리수와 $i$라는 허수로 만든 수에 1을 더하니 0이라는 사실은 굉장히 신기하고 재밌죠. 원래의 공식을 살펴보더라도 양변을 $\th$로 미분했을 때 어떤지 살펴보면 상당히 재밌어요.\[{d\over d\th}e^{i\th}=ie^{i\th},\quad{d\over d\th}(\cos\th+i\sin\th)=-\sin\th+i\cos\th.\]위의 식을 잘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양변을 미분하면 $i$가 하나 곱해지는 형태인 것이 똑같죠. 이건 여러 번 미분하더라도 같은 형태예요. 그럼 과연 양변이 같은 함수인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우선 우변을 살펴보죠. 좌변은 잘 몰라도 우변은 흔히 아는 복소수의 형태와 비슷해요. $\th$가 실수라면\[\cos^2\th+\sin^2\th=1\]이므로 크기가 1인 복소수를 나타낸다는 거죠. 사인함수에 $i$가 곱해져 있다는 것만 빼면 삼각함수일 뿐이니 계산하는 데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요. 반면에 좌변은 지수에 $i$가 곱해져 있어 어떤 값인지 알 수 없죠.
그래서 사용하는 것이 바로 테일러 정리 Taylor's theorem예요. 테일러 정리는 평균값 정리 mean value theorem의 확장이라고도 할 수 있죠.
함수 $f:[a,b]\to\R$가 연속이고 $(a,b)$에서 미분가능이면\[f'(c)={f(b)-f(a)\over b-a}\]를 만족하는 $c\in(a,b)$가 존재한다는 게 바로 평균값 정리죠.
이 식을 조금 정리해주면 $f(b)=f(a)+f'(c)(b-a)$로 쓸 수 있어요. 그러면 이 식에서 $b$를 $x$로 바꿔주면 어떨까요? $\p{a,f(a)}$를 지나는 직선을 나타내는 함수가 되겠죠. 하지만 $b$가 정해진 값이 아니라면 기울기도 정해지지 않으니 직선의 방정식을 구할 수가 없어요.
$f(x)$라는 연속함수가 어떤 식인지 정확히 몰라도 $x=a$에서 함숫값 $f(a)$를 안다면 $a$와 가까운 $x$는 이에 가까운 함숫값을 가진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어요. 미분계수 $f'(a)$도 안다면 접선의 방정식 $y=f'(a)(x-a)+f(a)$를 이용해 더 정확한 근삿값을 얻을 수 있죠. 이런 방식을 '선형 근사 linear approximation'라고 해요.
2계 미분계수 $f''(a)$도 안다면 어떨까요? 어떤 순간의 물체의 위치와 속도만 아는 것보다, 가속도까지 안다면 그 운동을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것처럼, 고계 미분계수까지 안다면 더 정확한 근사가 가능하죠. $a$에서의 함숫값과 $n$계 미분계수가 일치하는 다항식으로 근사한다고 생각하면, $f''(a)$는 $x-a$의 이차항, $f^{(3)}(a)$는 $x-a$의 삼차항의 계수에 나타나요. 이렇게 $n$번 미분가능한 함수를 $n$차 다항식으로 근사할 수 있다는 게 테일러 정리의 내용이죠.
위의 그림처럼 실제로 더 높은 차수를 가지는 다항식으로 근사할수록 기준이 되는 점 (중심이라고 해요.) 주위에서 차이가 작아진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즉, $a$의 주위에서 주어진 연속함수는 변화율과 변화율의 변화율, 또 그 변화율까지 일치하는 다항식과 함숫값이 거의 일치하니 이를 이용해서 함수를 다항식처럼 나타낼 수 있어요. $f(x)$가 정의역 전체에서 몇 번이고 미분가능한 함수이고, $a$에서의 함숫값과 모든 $n$계 미분계수를 계산할 수 있다면,\[f(x)=\sum_{n=0}^\infty{f^{(n)}(a)\over n!}(x-a)^n\]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x=a$에서 양변의 함숫값과 각 $n$계 미분계수가 모두 일치해요.
물론 자세한 내용은 증명을 통해 확인해야하지만,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하죠.
이렇게 테일러 정리를 이용해 함수를 다항식으로 근사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함수를 다항식처럼 (차수를 알 수 없으니 다항식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표현하는 걸 테일러 급수 Taylor series라고 해요. 특히 중심이 0인 경우를 매클로린 급수 Maclaurin series라고 하죠.
미분이 쉬운 함수에 대해 매클로린 급수를 구해볼까요?
다항함수의 매클로린 급수는 다항식 그대로 쓰면 되죠.
$e^x$은 아무리 미분해도 변하지 않고 0에서 함숫값이 1이니\[e^x=\sum_{n=0}^\infty{x^n\over n!}\]이에요.
sin과 cos함수는 미분할 때마다 서로 함수가 바뀌고 cos에서 sin이 될 때는 부호도 바뀌죠. 0에서의 함숫값은 각각 0과 1이니\[\sin x=\sum_{n=0}^\infty{(-1)^n\over(2n+1)!}x^{2n+1},\quad\cos x=\sum_{n=0}^\infty{(-1)^n\over(2n)!}x^{2n}\]라는 걸 알 수 있어요.
물론 다른 함수에 대해서도 테일러 정리가 유용하게 쓰이겠지만, 가장 신기하게 쓰이는 건 지수함수와 삼각함수라고 생각해요. 특히 이 함수들은 미분을 해도 대부분의 성질이 유지되기에, 특히 위와 같이 중심이 0인 경우 $n$계 미분계수가 모두 0 또는 $\pm1$이라 분모의 팩토리얼을 제외하면 계수가 간단하죠. 식이 간단하니 실제로 각 함숫값을 계산기 없이 근삿값으로 구할 수도 있어요.
이항정리 같은 이론을 잘했던 분이라면 위의 세 함수의 매클로린 급수를 비교해 보고 재미있는 식을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바로 처음에 나온 오일러 공식이죠.\[e^{i\th}=\sum_{n=0}^\infty{(i\th)^n\over n!}=\sum_{k=0}^\infty{(-1)^k\over(2k)!}\th^{2k}+i\sum_{k=0}^\infty{(-1)^k\over(2k+1)!}\th^{2k+1}=\cos\th+i\sin\th\]라는 식이 성립해요.
이걸 이용하면 복소수를 극좌표계처럼 $x+iy=re^{i\th}$로 나타낼 수도 있죠. 실수 $\th$에 대해 $\abs{e^{i\th}}=\cos^2\th+\sin^2\th=1$이니 $r$이 복소수의 크기가 되고, 지수함수는 방향을 나타내요. 실제로 제목에 있는 식도 이런 표현으로 쉽게 계산이 되죠.
이 오일러 공식을 이용하면 복소수의 곱도 간단히 표현할 수 있고, 삼각함수와 쌍곡선 함수의 관계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물론 그 밖에도 여러 가지로 활용할 수 있겠죠. 이미 이 공식을 이용한 내용도 소개한 적이 있어요. 쌍곡선 함수에 대한 글도 지금 작성 중이기도 하고, 다른 내용에서도 종종 사용하는 걸 보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