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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π+1=0

uncle mathian 2024. 12. 5.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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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 흥미가 있으신 분은 제목에 있는 식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흔히 오일러 공식 Euler's formula이라고 하지만, 정확히는 그중에서도 각이 π인 특수한 경우죠. 정확한 공식은eiθ=cosθ+isinθ예요. 이 공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테일러 정리 Taylor's theorem 등의 대학교 과정의 지식이 필요하죠. 적어도 미분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에요.

하지만 eπ라는 무리수와 i라는 허수로 만든 수에 1을 더하니 0이라는 사실은 굉장히 신기하고 재밌죠. 원래의 공식을 살펴보더라도 양변을 θ로 미분했을 때 어떤지 살펴보면 상당히 재밌어요.ddθeiθ=ieiθ,ddθ(cosθ+isinθ)=sinθ+icosθ.위의 식을 잘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양변을 미분하면 i가 하나 곱해지는 형태인 것이 똑같죠. 이건 여러 번 미분하더라도 같은 형태예요. 그럼 과연 양변이 같은 함수인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우선 우변을 살펴보죠. 좌변은 잘 몰라도 우변은 흔히 아는 복소수의 형태와 비슷해요. θ가 실수라면cos2θ+sin2θ=1이므로 크기가 1인 복소수를 나타낸다는 거죠. 사인함수에 i가 곱해져 있다는 것만 빼면 삼각함수일 뿐이니 계산하는 데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요. 반면에 좌변은 지수에 i가 곱해져 있어 어떤 값인지 알 수 없죠.

그래서 사용하는 것이 바로 테일러 정리 Taylor's theorem예요. 테일러 정리는 평균값 정리 mean value theorem의 확장이라고도 할 수 있죠.

함수 f:[a,b]R가 연속이고 (a,b)에서 미분가능이면f(c)=f(b)f(a)ba를 만족하는 c(a,b)가 존재한다는 게 바로 평균값 정리죠.

이 식을 조금 정리해주면 f(b)=f(a)+f(c)(ba)로 쓸 수 있어요. 그러면 이 식에서 bx로 바꿔주면 어떨까요? (a,f(a))를 지나는 직선을 나타내는 함수가 되겠죠. 하지만 b가 정해진 값이 아니라면 기울기도 정해지지 않으니 직선의 방정식을 구할 수가 없어요.

f(x)라는 연속함수가 어떤 식인지 정확히 몰라도 x=a에서 함숫값 f(a)를 안다면 a와 가까운 x는 이에 가까운 함숫값을 가진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어요. 미분계수 f(a)도 안다면 접선의 방정식 y=f(a)(xa)+f(a)를 이용해 더 정확한 근삿값을 얻을 수 있죠. 이런 방식을 '선형 근사 linear approximation'라고 해요.

2계 미분계수 f(a)도 안다면 어떨까요? 어떤 순간의 물체의 위치와 속도만 아는 것보다, 가속도까지 안다면 그 운동을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것처럼, 고계 미분계수까지 안다면 더 정확한 근사가 가능하죠. a에서의 함숫값과 n계 미분계수가 일치하는 다항식으로 근사한다고 생각하면, f(a)xa의 이차항, f(3)(a)xa의 삼차항의 계수에 나타나요. 이렇게 n번 미분가능한 함수를 n차 다항식으로 근사할 수 있다는 게 테일러 정리의 내용이죠.

x=0에서 f(x)=ex의 1, 2, 3차 근사. 검은색은 y=ex, 파란색은 0에서 함숫값이 일치하는 상수 함수, 초록색은 접선, 보라색은 2계 미분계수까지 일치하는 2차 함수, 빨간색은 3계 미분계수까지 일치하는 3차 함수.

위의 그림처럼 실제로 더 높은 차수를 가지는 다항식으로 근사할수록 기준이 되는 점 (중심이라고 해요.) 주위에서 차이가 작아진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즉, a의 주위에서 주어진 연속함수는 변화율과 변화율의 변화율, 또 그 변화율까지 일치하는 다항식과 함숫값이 거의 일치하니 이를 이용해서 함수를 다항식처럼 나타낼 수 있어요. f(x)가 정의역 전체에서 몇 번이고 미분가능한 함수이고, a에서의 함숫값과 모든 n계 미분계수를 계산할 수 있다면,f(x)=n=0f(n)(a)n!(xa)n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x=a에서 양변의 함숫값과 각 n계 미분계수가 모두 일치해요.

물론 자세한 내용은 증명을 통해 확인해야하지만,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하죠.

이렇게 테일러 정리를 이용해 함수를 다항식으로 근사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함수를 다항식처럼 (차수를 알 수 없으니 다항식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표현하는 걸 테일러 급수 Taylor series라고 해요. 특히 중심이 0인 경우를 매클로린 급수 Maclaurin series라고 하죠.

미분이 쉬운 함수에 대해 매클로린 급수를 구해볼까요?

다항함수의 매클로린 급수는 다항식 그대로 쓰면 되죠.

ex은 아무리 미분해도 변하지 않고 0에서 함숫값이 1이니ex=n=0xnn!이에요.

sin과 cos함수는 미분할 때마다 서로 함수가 바뀌고 cos에서 sin이 될 때는 부호도 바뀌죠. 0에서의 함숫값은 각각 0과 1이니sinx=n=0(1)n(2n+1)!x2n+1,cosx=n=0(1)n(2n)!x2n라는 걸 알 수 있어요.

물론 다른 함수에 대해서도 테일러 정리가 유용하게 쓰이겠지만, 가장 신기하게 쓰이는 건 지수함수와 삼각함수라고 생각해요. 특히 이 함수들은 미분을 해도 대부분의 성질이 유지되기에, 특히 위와 같이 중심이 0인 경우 n계 미분계수가 모두 0 또는 ±1이라 분모의 팩토리얼을 제외하면 계수가 간단하죠. 식이 간단하니 실제로 각 함숫값을 계산기 없이 근삿값으로 구할 수도 있어요.

이항정리 같은 이론을 잘했던 분이라면 위의 세 함수의 매클로린 급수를 비교해 보고 재미있는 식을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바로 처음에 나온 오일러 공식이죠.eiθ=n=0(iθ)nn!=k=0(1)k(2k)!θ2k+ik=0(1)k(2k+1)!θ2k+1=cosθ+isinθ라는 식이 성립해요.

이걸 이용하면 복소수를 극좌표계처럼 x+iy=reiθ로 나타낼 수도 있죠. 실수 θ에 대해 |eiθ|=cos2θ+sin2θ=1이니 r이 복소수의 크기가 되고, 지수함수는 방향을 나타내요. 실제로 제목에 있는 식도 이런 표현으로 쉽게 계산이 되죠.

이 오일러 공식을 이용하면 복소수의 곱도 간단히 표현할 수 있고, 삼각함수와 쌍곡선 함수의 관계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물론 그 밖에도 여러 가지로 활용할 수 있겠죠. 이미 이 공식을 이용한 내용도 소개한 적이 있어요. 쌍곡선 함수에 대한 글도 지금 작성 중이기도 하고, 다른 내용에서도 종종 사용하는 걸 보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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