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만 해야 하는 수학, 어떻게 공부해야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이전 글에서 제가 했던 표현을 다시 가져와야겠네요.
"예외 없는 진리가 통하는 이상적인 세계를 그리는 언어"
네, 수학은 언어예요. 수식은 길고 복잡한 문장을 간단한 기호로 짧게 적은 것이죠.
언어를 익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어휘를 먼저 알아야겠죠. 수식에 사용하는 여러 기호들의 의미를 알아야 하고, 여러 가지 수학용어의 정의를 이해해야 하죠.
중학교에서 배우는 인수분해라던가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미분 등 여러 가지 이론을 배우며 상당수의 학생들은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공식만 외우는 경우가 있죠. 예를 들어 인수분해의 의미와 원리를 이해한다면 29×31=899와 같은 계산은 1초도 걸리지 않는 게 당연하죠. $57^2=3249$ 같은 계산도 오래 걸리지 않아요.
물론 당장 이해가 가질 않고, 시험이 눈앞에 닥쳤다면 공식이라도 외울 수밖에 없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일단 공부를 시작할 때는 그 이론을 이해하려고 시도해야 해요. 당장은 이해할 수 없더라도 다른 내용을 배워가며 다시 보면 이해가 되는 경우도 많거든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다른 내용과 연관되는 점을 찾기도 어려워지고 시간이 지나면 그런 내용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못할 수도 있죠.
그러니까, 당장 여러분 눈앞에 시험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일단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교재를 읽어보세요. 물론 수학은 예외 없는 진리를 말하기에 그 표현이 어려워 당장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죠. 용어의 정의를 보고 이해하기 힘들다면, 예제를 보고 어떻게 쓰는 것인지 익히면 돼요. 예제를 보면 수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쓸데없다고 느낄 정도로 설명이 긴 경우가 꽤 많아요. "수식으로 짧게 적으면 되는데 왜 이리 설명이 길지?"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수학은 언어예요. 간단한 글을 쓸 때에도 순우리말로 표현이 어려우면 한자어도 쓰고 외래어도 쓰는 것처럼, 수식만으로 표현이 힘들면 글로 보충해야 하는 거죠. 수식만 달랑 적어놓고 필요한 설명이 모두 빠져있다면, 누군가 설명해주지 않는 이상 처음 배우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 거예요. 전달할 수 없다면 언어로써 역할을 다 할 수 없죠.
예제는 이론을 배우고 처음 접하는 문제인 만큼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죠. 예제의 풀이 흐름을 알겠다면, 직접 문제를 풀어보세요.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될 수 있는 한 자세히, 예제의 풀이처럼 적어보는 거죠. 이론적인 내용과 예제를 보고도 이해가 어려웠다 해도 이렇게 자세히 풀다 보면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누구나 생각을 할 때에는 언어를 사용하죠. 언어가 없다면 생각을 정리하기 어려워요. 또한 언어는 표현하는 것이죠. 수학처럼 어려운 대상일수록 머릿속으로만 표현해서는 이해가 힘들어요. 정의와 예제를 읽고, 문제를 자세히 풀다 보면 아직 자신이 깨닫지 못했던 모르는 부분이 있었다는 걸 느낄 때가 많아요.
당장 시험이 코앞이라던가 시간이 없는 경우라면 일단 내용만 외우고 문제를 빨리 푸는 연습을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런 내용이 기억에 오래갈까요? 여러 방법으로 표현해 보고 이해한 내용이 훨씬 기억에 오래 남겠죠.
"시험만 치면 되는데 기억에 오래 남아서 뭐 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수학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의 내용이 어딘가 연결점이 있다는 거죠. 중학교에서 수학을 포기한 학생이 고등학교에서 다시 시작하기가 어려운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중학교 내용도 필요하면 다시 복습하겠지만, 중학교 때만큼 자세히, 시간을 들여 배울 수가 없죠. 물론 중학교 때만큼 시간이 필요하진 않겠지만, 포기하지 않은 학생들보다는 많은 시간을 쓰게 되니까요.
정의를 자세히 읽고, 예제로 흐름을 파악해서 문제를 예제처럼 자세히 푼다는 것은 어찌 보면 굉장히 번거로운 일이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놓쳤던 것들을 깨닫고,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기에 남들이 못 푸는 퀴즈를 맞힐 때처럼 상당히 재밌을 거예요. 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이런 과정들이 자주 필요하지는 않게 되죠.
무엇보다 어느 한 부분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면 그걸 사용하는 다른 이론들을 이해하기 쉬워지고, 비슷한 사고과정을 가지는 내용들도 훨씬 빠르게 이해하게 되니 점점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시간이 줄어들어요.
그럼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저는 '선생님만큼은 아니라도 누군가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기준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여기는 왜 이런 거야?" 같은 질문을 했을 때 "원래 그런 거야"라던가 "그냥 그렇게 하던데?" 같은 대답을 할 정도라면 아직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진 못한 거죠.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예제와 똑같을 정도로 자세히 풀 수 있다면, 사실 많은 문제를 풀어볼 필요는 없어요. 예제에서 왜 그렇게 쓰는지, 어떻게 쓰는지를 알면 이미 문제 풀이의 흐름이 보일 테니 비슷한 유형의 다른 문제를 봐도 쉽게 풀 수 있게 되죠. 물론 모든 문제에 대해 이럴 수 있으려면 어려운 문제도 자세히 풀어봐야겠지만요.
제 경험으로는, 수학을 전공으로 대학원이라도 가지 않는 이상, 이런 식으로 대부분의 내용을 이해하며 공부하면 결국 나중에는 수학을 공부하는 시간은 엄청나게 줄어들어요. (대학원에서 하는 공부는 아는 것의 확인이 아니라 새로운 발견을 위한 것이기에 성격이 많이 다르거든요.)
수학 이론들을 발견한 많은 사람들은 분명 굉장히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겠죠. 우리가 책에서 보는 표현도, 알아보기 쉽게 고치고 번역하는 과정을 거쳤겠지만, 그 수학자들의 표현에서 온 것들이니 이런 표현을 따라가다 보면 사고방식도 닮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논리적인 사고력은 확실히 좋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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